푸름과 겨울

연우웅 2024. 12. 28. 22:19

왜 푸르다 라는 형용사는 주로 봄, 여름과 연결되는지,

오히려 하늘이 더 푸르게 보이는 건 겨울인 거 같아.

 

겨울에 건강하길래 올해는 안 아프고 지나가나 싶었는데 건강하다가 한 번 무리하니까 몸이 바로 작살나더라.

거의 1시간 간격으로 아팠다가 조금 괜찮아졌다를 반복하는데 

정말 이러다가 쓰러지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안 아픈 곳이 없었어

 

차라리 아픈 채로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

당연히 거절해야 하는 걸 거절하지도 못하고 당연히 따져야 하는 논리 하나도 없는 인간답지 않은 동물의 헛소리를 잘 따지지도 못하던 게 나였는데 아프고 컨디션 안 좋아지니까 자연스럽게 하게 되더라.

주변에 무례한 사람, 인간이라는 같은 종에 속해있다는 것 자체가 수치스러운 사람들이 곁에 널리고 널려있다 보니까 점점, 시간이 흐를수록 나라는 사람 자체의 목소리가 흘러내리는 눈물로 지워지는 것만 같았어.

느낀 적 없는 기분을 처음 느껴보게 만들어준 사람들이고, 버티고 발전할 수 있게 만들어준 사람들임과 동시에 끝없는 상처를 남기기도 했던.

귀를 틀어막을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나와있던 건 가끔씩 나오는 그런 사람들의 따뜻함이 좋아서, 그런 따뜻함으로 그 사람들의 무례함을 덮으려고 계속 노력했던 거 같아.

 

그러면서 남들한테 내가 잘 사는 모습만 보여주려고 노력해왔고

다시는 내가 내 비참함을 이런 식으로, 스스로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는데 잘 안돼

동시에 망가지지 않으려 악착같이 달려들었는데 달려온 길이 잘못되었는지, 방법이 잘못되었는지 점점 망가져가고 오염되어가는 날 보고 회피하려 할 때마다 좋지 않은 일들이 계속 일어나서 무작정 회피하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어, 답이 현존하지 않는 끝없는 고리에 갇혀있는 상태 

 

올 한 해는, 모든 걸 잡으려고 손을 뻗을수록 그것들은 점점 멀어져만 갔는데,

그 와중에 좋아하는 걸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으려고 계속 애썼는데,

결론은 나도 사람이니까, 인간이니까, 이런 종인 연유로 계속 힘들어졌던 거 같아.

 

사람이라면 가지고 있는, 불변하는 선함을 끝없이 믿고 있고 믿다가 수없이 많이 데었지만 그래도 나는 계속 믿을래.

 

사실 이 글 올릴지 말지도 고민 적지 않게 한 거 같아. 

다른 사람이 본인의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날뛰면서 다른 사람들이 함께 욕해주기를 바라는걸, 그리고 여기에 말려서 함께 욕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왜 다른 사람까지 피곤하게 만드나 싶었거든, 이 글 또한 마찬가지일 거 같고.

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잖아. 이 말도 생각해보면 다른 사람들을 피로하게 하는 대가로 슬픔을 절반만 가져가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해.

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는 이유는 - 어쩌다가 느꼈어. 가까운 사람이면 피로보다는 다른 감정과 생각들이 먼저 든다는걸, 나만 그런 거일 수도 있지만 어찌 되었던.

 

내 정신 상태 대변해 주는 엽서들

 

혹시라도 이 글 때문에 피로를 느꼈다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 / 다들 사랑하고 올 한 해 푸르게 마무리하길.

 

 

아, 네이버블로그에는 안 친한 사람들까지 서로이웃으로 추가되어있어서 여기 올렸어 😢 앞으로는 네이버블로그에 계속 쓰지 않을까 싶은